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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호모 컨스트럭투스

등록일: 2026-03-09 조회: 9
책제목 호모 컨스트럭투스
저자 김한수
출판사 보문당
호모 컨스트럭투스

인류는 지혜로운 종(種),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면서, 동시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짓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두 본성을 함께 품은 인류를 표현하기 위해 ‘호모 컨스트럭투스(Homo Constructus)’라는 새로운 조어(造語)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인류가 생존과 번영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짓는 본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호모 컨스트럭투스의 산업적 집합체인 건설산업이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비록 ‘롤러코스터’와 같은 기복을 겪었지만, 건설시장은 꾸준히 양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 축적된 시간의 흔적은 도시와 국가를 지탱하는 거대한 구조물 속에 새겨져 있으며, 이는 오늘도 건설산업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업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산업적 자존감은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무엇보다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냉담하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이 문제이며, 우리 건설산업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건설산업에는 여러 층위의 ‘넘사벽’이 존재합니다. 규제 중심의 행정과 가격에 기울어진 입찰·계약 구조, 기술과 가치의 분리, 신뢰가 흔들리는 현장,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문화적 관성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는 한층 정교해졌지만, 그 정교함은 문제의 반복을 막지 못했고, 안전과 부실에 대한 책임은 강화되었으나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산업의 문화 또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품기보다는 오래된 인식과 관행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건설산업이 마주한 ‘넘사벽’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 벽은 사유(思惟)의 높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내외부 시선과 사유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유의 높이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제도를 만들고 건설산업이 어떤 선택을 하며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는 결국 ‘어떻게 사고(思考)하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시선이 머무는 만큼만 세계가 보이고, 사유가 닿는 만큼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렇기에 벽을 허문다는 것은 제도만 고쳐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건설을 바라보는 건설산업 내부의 시선과 사회 전체의 인식 지평을 함께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이 지점에서 인문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유한다고 합니다. 언어는 우리가 어떤 문화를 이루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동안 건설산업은 주로 기술의 언어와 제도의 언어로 설명됐습니다. 기술의 언어는 건설 생산의 구조와 기능을 읽어내고, 제도의 언어는 절차와 규범의 질서를 분석할 수 있지만, 두 언어 모두 인간을 둘러싼 의미와 가치의 깊은 맥락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를 지닙니다. 반면 인문의 언어는 기술과 제도가 보지 못한 인간·사회·가치의 차원을 드러내며, 문제의 ‘어떻게’를 넘어 ‘왜’라는 근원적 질문을 다시 세웁니다. 구조보다 의미를, 절차보다 목적을, 효율보다 존엄을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진정한 혁신은 벽을 부수는 데 있지 않고, 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여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호모 컨스트럭투스라는 개념이 깊게 연결됩니다. 인간은 본래 ‘짓는 존재’이며, 단순히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적 주체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짓고, 사회적 관계를 짓고, 미래의 터전을 짓는 존재입니다. 건설산업이 반복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짓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진 시선과 사유의 깊이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모 컨스트럭투스는 건설을 기술의 영역에서 인간학적·문명론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무엇을 짓고 있는지, 그것이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묻는 존재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건설산업의 넘사벽을 넘는 출발점은 산업과 정부, 그리고 사회가 함께 시선과 사유의 높이를 끌어올리는 데 있으며, 이 책은 그 출발점을 향한 다섯 개의 사유를 모아 담았습니다.
‘인문의 언어로 건설을 읽다’는 건설이 늘 곁에 있었지만 깊이 성찰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선으로 출발하며, 건설이 인문학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왜 지금에 이 질문이 필요한지 살피고, 추상이 길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았습니다. 산업의 언어가 사회와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며, 크기에서 깊이로 옮겨가야 하는 이유도 물었습니다. 이러한 여정 속에서 건설이 열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대화와 성찰의 가능성을 함께 사유하려고 했습니다.
‘건설의 본질을 탐색하다’는 건설이 단순한 기술이나 산업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는 성찰에서 출발했습니다. 건설의 기원을 되짚으며, 인류가 왜 끊임없이 짓는 존재로 살아왔는지를 탐구했습니다. ‘호모 컨스트럭투스’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과 건설의 공존을 살펴보고, 건설의 집단적 본질과 산업의 자아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또한, 건설과 컨스트럭션, 두 언어의 여정을 따라가며 건설산업의 존재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성찰했습니다.
‘건설산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다’는 건설산업의 위기가 외부의 비난이 아니라 산업 내부의 사유 부재와 가치 혼란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건설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며 산업의 내면에 숨어 있는 상실의 의미를 짚어 보았습니다. 건설의 역할과 가치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사회적 정당성과 윤리의 기준이 어떻게 흔들려 왔는지를 되돌아보았습니다. 보수성과 익숙함 속에 감춰진 산업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며, 건설이 자신을 스스로 성찰해야 하는 이유를 사유했습니다. 이 여정은 건설산업의 내면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본질적 회복의 길을 비추는 사유의 과정이 되고자 했습니다.
‘건설산업의 변화를 응시하다’는 지금의 건설산업이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산업의 위상 변화와 가치 재편의 흐름을 따라가며, 변화를 이끄는 힘과 그 속도를 성찰했습니다.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업이 융합되는 시대 속에서 건설이 어떤 역할로 남아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미지와 신뢰, 체질 개선과 혁신의 문제를 넘어 변화와 사유가 서로를 자극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탐구했습니다. 그 속에서 건설이 다시 사회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방향과 균형을 세워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건설산업의 운명을 사유하다’는 운명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성찰로 빚어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건설산업이 맞이한 시대정신의 전환 속에서 그 운명을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지를 사유했습니다. 사양과 쇠퇴의 언어를 넘어 신뢰와 윤리의 토대 위에서 산업이 다시 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건설의 운명을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힘을 성찰하며, 건설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문명의 기반이 될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이 마지막 여정은 산업의 운명을 끌어올리는 사유의 자리이자, 건설이 미래의 인간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구체적인 해법(solutions)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문제를 풀기보다 먼저 바라보는 법을 달리하고, 익숙한 질문을 다시 묻고,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의 틀을 흔들어 보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건설과 건설산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비추어 보고, 그 의미와 책임을 함께 사유하는 것이 이 책이 지향한 본래의 자리였습니다. 산업 내부에서 시선의 높이와 사유의 깊이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면, 해법은 집단지성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해법의 반복이 아니라, 그 너머로 건너갈 수 있는 더 높은 사유의 자리라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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