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서른 번째 사례
시공 단계의 건설사업관리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최근 다수 공사현장에서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자(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에 대하여 건설산업 진흥법에 따른 벌점 부과 등 행정처분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시공사에 대해서만 벌점을 부과하여 왔고, 준공이 완료된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 등 벌점 부과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3년 개정된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등의 벌점관리기준 등에 따라 준공이 완료된 현장에 대해서도 벌점을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부실공사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면서, 공사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벌점이 부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건설기술 진흥법상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자는 그 업무 범위에 따라 그 책임을 달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구별 없이 일괄적으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되고 있다. 실무상 행정청은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에게 용역의 업무 범위 등 제반 사정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감리사는 2014. 10.경 00시와 A공사에 관하여 “시공 단계의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수행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사업관리용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00시는 A공사의 실시설계 및 심의내역서 심의 과정에서 예산절감을 이유로 품질시험실 설치에 관한 예산을 삭감하였고, 시공사가 00시에 제출한 직접시공 내역서 중 “컨테이너형 가설건축물=실험실” 항목의 설치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2014. 9. 30. 공사현장에 품질시험실을 설치하지 아니한 상태로 A공사를 진행하였다.
감리사는 2014. 10. 30. 시공사와 00시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 품질시험실이 설치되지 아니하여 부적합하므로 이를 보완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검토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당시 기초공사 진행으로 인하여 공사부지 내 품질시험실 설치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00시 담당자와 감리사, 시공사는 품질시험실 설치를 유보하고 품질시험실 설치 전까지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을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시공사는 2015. 7. 27. 공사현장에 품질시험실을 설치하였고, 설치 전까지 공사현장에서 4회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였다. 시공사 품질관리자가 외부시험기관에 의뢰하는 방식 등으로 콘크리트 품질시험을 빠짐없이 진행하였고, 시험 결과 콘크리트 압축강도 등은 모두 품질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한편, 00시는 2015. 7. 14. 공사현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품질시험실 미확보 등의 부실사항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00국토관리청장은 감리사가 벌점 부과 사유인 “시공자가 시험장비를 갖추지 않거나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자를 배치하지 않았는데도 시정지시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벌점을 부과하였다. 감리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것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주청과의 합의 하에 품질시험실 설치를 유보하였을 뿐, 콘크리트 압축시험을 빠짐없이 실시하였고, 품질기준에도 부합하여 부실시공이 발생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감리사는 시공사에게 품질관리 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위하여 품질시험실 미설치에 대한 보완요구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시정이 완료되기까지 반복적으로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거나, 품질시험실 미설치를 문서를 합의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누57259 판결).
앞으로는 시공 단계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자가 유사한 사유로 처분청으로부터 벌점 부과 처분을 받는 경우, 해당 용역업자가 관련 법령 및 계약상 이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업무 및 부담하는 책임의 범위를 다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