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서른한 번째 사례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하였다면, 무조건 벌점을 받아야 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건설 현장에서 현장 상황과 설계도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설계변경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설계변경에는 공기 지연이나 공사대금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를 수 있고, 이에 따라 그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현장에서는 감리와의 사전 협의 하에 시공을 먼저 하고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경미한 설계변경의 경우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서는 일률적으로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한 경우를 벌점 부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설계변경 절차가 완료되기 전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을 하는 경우 벌점 부과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럼 과연, 이와 같은 경우 시공사와 감리는 모두 벌점을 부과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 사건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사는 해당 공사현장이 사업시행인가 당시 설계된 ‘지내력 방식’으로 공사할 수 없는 연약지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에 감리원의 승낙을 받아 ‘파일항타 공법’으로 변경하여 지정공사를 마쳤다.
그런데, 이후 처분청은 이 사건 공사가 재건축사업의 최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하였다는 이유로, 구 건설기술관리법 제21조의4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6 규정에 의하여 시공사 및 감리원에 대하여 부실벌점 1점을 부과하였다.
시공사는 △ 당초 설계가 공사현장의 지반을 반영하지 못한 잘못된 설계였고, △ 감리의 승인을 받아 추가 공사비 9억 원까지 부담하면서 적절하게 시공을 한 것이며, △ 추후 설계변경 인가를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처분청은 시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장 상황에 적절한 방법으로 시공을 완료하였고, 부실공사의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규정된 벌점 측정기준상 벌점부과 사유(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벌점을 부과받게 되었으므로, 그 억울함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과연, 법원은 시공사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을까?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있어서 시공사가 이 사건 아파트의 2단지의 지정공사 방법을 시행인가 당시의 설계도서와 달리 지내력 방식에서 파일항타 공법으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부실공사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야 처분청은 부실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 2단지에 부실공사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고, 오히려 변경된 공법에 의하여 설치된 이 사건 아파트 2단지의 지하 구조부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별다른 보완공사가 필요 없게 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처분청의 이 사건 각 벌점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 그대로 확정되었다(대구지방법원 2008. 6. 11. 선고 2007구합3062 판결).
건설기술 진흥법이 건설기술수준의 향상과 건설공사 시행의 적정을 기하고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여 공공복리의 증진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제1조), 건설업자 등에게 벌점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같은 법 시행령에 규정된 벌점의 측정기준에 해당함은 물론, 이로 인하여 부실공사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건설업자 및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자가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상 벌점관리 기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처분청으로부터 벌점 부과 처분을 받는 경우, 적절한 시공을 하여 부실공사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다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