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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여행8] 토지매매가 완료되기도 전에 이루어진 건축설계는 통상적인 것일까?

등록일: 2022-08-08 조회: 5
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여덟 번째 사례

토지매매가 완료되기도 전에 이루어진 건축설계는 통상적인 것일까, 이례적인 것일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민사상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원칙으로 하고, 다만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원칙적인 경우를 ‘통상손해’, 예외적인 경우를 ‘특별손해’라고 하는데, 통상손해는 다른 조건 없이 인정해 주는데 비하여, 특별손해는 말 그대로 특별한 사정이 있고, 그러한 사정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인정을 해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주차장 입구의 설계가 잘못되어 기존 주차장 입구를 철거하고 새롭게 시공을 해야만 하는 경우, 기존 주차장 입구의 철거 및 새로운 시공비는 설계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상의 손해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주차장 입구의 철거 및 새롭게 시공을 하는 기간 동안 아파트 주민들이 다른 곳에 주차를 할 곳이 없어 아파트 앞에 있는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경우, 발생한 주차료는 통상의 손해일까? 더 나아가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를 할 만한 곳이 아파트 앞 공터 밖에 없어 다들 공터에 주차를 하였는데, 하필 그 때 갑자기 한파가 몰아쳐서 아파트 주차장에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차량의 고장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다면 이러한 고장 차량의 수리비용은 통상의 손해일까? 특별한 손해라고 한다면 과연 상대방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까?

이렇듯 우리가 손해라고 부르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도양단적으로 ‘통상손해다’ 또는 ‘아니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건축주 A는 대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설계를 한 것이 아니라, 대지에 대한 매매계약은 체결하였지만 아직 매매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시공을 위해 설계에 착수하여 설계도면까지 모두 받았다.

그런데 건축주 A와 토지 매도인 B 사이에 대지 면적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였고, 급기야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 그러자 건축주 A는 B에게 설계비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다. 과연 A는 설계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매매대금을 완불하지 않은 토지의 매수인이 그 토지 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설계비 또는 공사계약금을 지출하였다가 계약이 해제됨으로 말미암아 이를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이례적인 사정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설사 B가 A의 취득 목적을 알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B로서는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기까지 최소한 A가 설계계약 또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그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다47619 판결).

이 사건에서 건축주 A는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근린생활시설의 건축을 위하여 건축설계를 의뢰하고, 그 설계대금으로 6백만 원을 지급한 다음 건축설계도면까지 받았다.

그런데, 토지 매매계약이 해제되어 건축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 설계도면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니, 건축주 A 입장에서는 설계비 6백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A로서는 자신의 잘못도 없이 설계비를 날리게 생겼으니 이를 받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건축을 위한 토지 매매라 하더라도, 토지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토지 매수인이 매매가 완료되기도 전에 설계를 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고, 이례적인 것이므로, 통상손해로는 볼 수 없고, 특별손해라고 판단하였다. 특별손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그런 점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이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라면 상대방에게 “특별한 사정”을 알리기 위해 내용증명 하나라도 보내놓으면 좋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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