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일곱 번째 사례
명시적인 보수지급약정이 없다면 감리비를 받을 수 없을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간혹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어도 보통 그 계약의 중요한 내용은 구두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의 대가라는 중요한 내용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와 같이 계약 대금을 정해놓지 않은 경우, 정해지지도 않은 계약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있다면 대가를 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 A는 건축사, B는 소규모 주택건축업자인데, B는 A로부터 소개받은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빌라를 신축하여 분양한 후 그 이익금을 나누기로 하였다.
이후 B는 신축공사를 완료하여 사용승인 및 소유권보존등기까지 마쳤는데, 그 과정에서 A는 B의 의뢰에 따라 빌라의 설계 및 감리업무를 수행하였으나, A는 B와 사이에서 위 업무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보수를 약정하지는 않았다.
A가 B에게 ‘명시적으로 약정하지는 않았지만 감리비를 주어야 한다’고 청구하자, B는 A가 무보수로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A는 감리비를 받을 수 있을까?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건축사가 설계하여야 하는 일정 용도ㆍ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의 건축에서 건축사사무소 개설자인 건축사가 공사감리자로서 공사감리를 수행하는 경우에 있어서, 건축주가 1개의 계약으로 설계와 감리 모두를 동일한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하는 설계ㆍ감리계약은 위임계약이다. 위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상이지만(민법 제686조 제1항), △ 위임사무가 수임인의 영업 내지 업무에 관련되고 있는 경우에는 유상성을 띤다고 봄이 사회통념과 경제거래의 실정에 부합하는 점, △ 건축사는 건축사법령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그 업무내용도 법정되어 있는 점, △ 건설교통부장관은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에 있어 부실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건축사와 용역의뢰자간에 협의에 의하여 약정할 수 있는 용역의 범위와 그 대가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공고하여야 하는데, 건설교통부공고 제2002 - 270호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은 공사비, 건축물의 종별, 건축물의 난이도에 따라 세분화된 건축설계비 및 감리비 대가요율을 정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건축사에게 공사 설계ㆍ감리를 위임하면서 그 보수지급 및 수액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무보수로 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나1399 판결).
위임계약으로서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변호사나 세무사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에도, 보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감리업무를 수행한 이상 대가는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때, 대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데, 대가는 감리비 산정을 위한 기준들과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해당 계약에서라면 체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가 상당액이 인정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감리비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계약서를 쓰더라도 감리비가 미정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감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