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K CMAK

HOME CM 소개 기타자료

기타자료

[판례여행6] 수급인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경우 도급인의 설계 잘못까지 책임져야

등록일: 2022-07-11 조회: 5
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여섯 번째 사례

수급인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경우 도급인의 설계 잘못까지 책임져야 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설계와 시공의 관계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공은 설계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설계 역시 시공상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만약 시공자가 ‘담당한 공사 관련 발생한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진다’고 특별히 약정을 했다면, 설계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이 사건에서 시공자 A로부터 철골공사를 하도급 받은 B는 자신이 담당한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사고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A와 약정을 하였다.

그 후 B는, 무게 약 200kg의 에이치 빔을 철근콘크리트 벽에 부착시키면서 A가 설계한 대로 세트앙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세트앙카가 철골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콘크리트 측면 벽에서 뽑히면서 부착되어 있던 에이치 빔이 무너져 내렸고, 위 에이치 빔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B가 지상으로 추락하여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A는 철골공사의 설계를 함에 있어 위 건물벽의 콘크리트 강도가 약하므로 철골구조물의 무게를 더 가벼운 것으로 설계하든가 또는 박히는 깊이가 50-60mm 정도에 불과한 세트앙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박히는 깊이가 200-250mm 정도 되는 케미칼 앙카를 사용하도록 설계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A는 전문설계사에게 설계를 의뢰하지 아니하고 A의 대표이사가 직접 설계를 하면서 깊이 박히지 아니하는 세트앙카로 무거운 철골구조물을 부착하도록 설계하였다. 그리고 B에게 세트앙카만을 재료로 제공한 결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A가 특약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B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하자, B는 A의 잘못된 설계로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A가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과연 B는 자신이 담당한 공사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약정했으니, 이 사고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대법원은, ‘이 사건 사고는 A가 철골공사를 설계함에 있어서 저지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A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B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A와 B의 계약에서 B가 공사에 필요한 안전대책을 하여야 하고 발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것은 B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A와 B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A에게 책임이 없고 B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다, 이 사건 사고와 같이 A가 설계를 잘못한 과실로 야기된 사고에 대하여서까지 A의 책임을 면하게 하고 B만이 책임을 진다는 취지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29461 판결).

즉, 아무리 A와 B 사이에 B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약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A의 명백한 잘못까지 B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은 자신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설계상 오류에 대해 시공사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설계 잘못을 시공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이 판결을 뒤집어보면, 설계사가 설계를 잘못할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설계책임에 대한 사건 및 판결들이 축적될수록 설계사에 강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