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첫 번째 사례)
건설기술인 제도의 헌법적 의의는 무엇일까?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법무법인(유)율촌 변호사
우리나라 헌법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헌법”으로,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제5장은 법원에 대해, 제6장은 헌법재판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판례”는 주로 법원, 그 중에서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을 의미하지만, 이와 더불어 헌법에의 합치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가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경우 이 역시 큰 의미가 있다.
소개할 판례는 바로, “건설기술인”, 옛날 법(구법)상으로는 건설기술자와, 그 제도의 헌법적 의미를 풀어낸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원고)은 건축과를 졸업하고, 2002. 4. 15.부터 00텔레비전사옥 신축공사의 건축설계업무 등 건설공사업무를 2년 이상 수행한 구(舊) 건설기술관리법상 초급기술자였다.
당시 법에 따르면, 청구인은 특별히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을 갖지 않아도 일정기간만 건설공사업무를 수행하면 중급 이상의 기술자로 승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6. 12. 29. 구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기사나 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하여야만 중급으로 승급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청구인이 막 활동하는 시대에 이런 법령 개정이 생겼으니, 청구인으로서는 당연히 억울한 부분이 있었고, 대통령령인 시행령의 개정 자체로 피해를 봤으니 일반 재판은 힘들어 헌법재판을 청구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아무런 검정절차 없이 일정한 학력ㆍ경력과 일정한 건설공사업무 수행기간을 충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중급 이상의 건설기술자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실질적인 자격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기술자격자와의 형평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결국 건설기술자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일정한 등급 이상의 건설기술자 자격을 공적인 검정절차를 통한 자격 취득과 건설공사업무에 대한 경력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자에게만 부여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건설기술관련 학과의 소정의 과정을 이수ㆍ졸업하고 일정한 기간 건설공사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급 이상의 건설기술자자격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시험을 통한 능력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11. 27.자 2007헌마389 결정).
또한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헌법적 신뢰보호는 개개의 국민이 어떠한 경우에도 ‘실망’을 하지 않도록 하여 주는 데까지 미칠 수는 없다. 입법자는 구법질서가 더 이상 그 법률관계에 적절하지 못하며 합목적적이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자군을 위하여 이를 계속 유지하여 줄 의무는 없다. 구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에 의한 학력ㆍ경력자에 대한 중급 이상 기술자자격 부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기초한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입법정책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고, 청구인의 신뢰는 헌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청구인의 신뢰는 합목적적이지 못한 구법질서에 터잡은 것으로서 그나마 확정적인 것도 아니어서 그 보호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반면 공익적 요청은 기존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신뢰보호라는 사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건설사업자는 건설공사의 시공관리 기타 기술상 관리를 하게 하기 위해 건설공사의 현장에 당해 공사의 공종에 상응하는 건설기술인 1인 이상을 건설공사의 착수와 동시에 배치하여야 한다는 건설산업기본법령을 근거로, 건설기술인을 건설현장에 지정 배치토록 한 것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건설공사를 안전하고 적정하게 시공함으로써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기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으면 중급기술자가 될 수 있는 이상, 이런 청구인의 기대는 ‘실망’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며, 오히려 경력이 있다고 무조건 중급기술자 자격을 주는 제도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의 전제로,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바라보는 건설기술인 제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였는데, 건설기술인은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져야만 하고, 그에 부합함을 스스로 입증하여야 하는 자격자로서, 국회는 언제든 그 지식과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자격 기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기술인이 건설공사의 효율과, 특히나 중요한 “안전”을 담보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인이야말로 우리 헌법과 법률이 설치한 부실공사 방지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