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스무 번째 사례
감리가 도중에 종료된 경우, 공정 또는 감리수행기간에 비례하여 감리비를 정산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다면 이미 기간이 도래한 부분의 보수도 이렇게 정산되어야 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대법원은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감리계약이 중도에 종료되면, 이미 기간이 도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를 받을 수 있고, 기간이 미도래한 부분 즉 아직 중도금 등을 받을 시기가 오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2차 중도금 지급시기와 3차 중도금 지급시기 사이에 감리계약이 중단된 경우, 2차 중도금 지급시기 이후에 수행한 감리업무에 대한 보수 부분) 정산 관련 특약이 있다면 특약이 우선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런데 만약 감리계약에서 이미 기간이 도래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정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특약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자치의 원칙상, 특약을 하였으니 기간이 이미 지난 부분까지 특약의 효력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까?
이 사건에서, 감리사는 1998. 3. 6. 발주자와 사이에 ○○아파트 신축공사에 대하여 △ 감리기간 1998. 3. 6. ~ 2000. 4. 30. △ 총 감리비 458,000,000원 △ 계약시 계약금 45,800,000원 △ 1998. 6. 6.부터 매 3개월마다 7회에 걸쳐 중도금으로 각 51,525,000원 △ 사용검사 신청시 잔금 51,625,000원을 각 지급받기로 하는 감리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1998. 6. 9. 발주자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자 감리사는 관할 관청에 감리요원 철수 보고를 하고 1998. 6. 10. 감리원을 철수시켰다.
감리사는 이번 감리계약이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간이 지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하기로 한 감리비를 주어야 한다며 1998. 6. 6. 받기로 한 1차 중도금 51,525,000원을 감리비 보증사(발주자는 부도)에게 청구하였다.
보증사는, 감리계약상 특약에 따라 ‘중도해약 시점을 기준으로 공정 또는 감리수행기간’을 기준으로 정산을 하여야 하고, 그 중에서도 보증사가 선택한 공정률을 기준으로 감리비를 정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보증사에 따르면 당시 공사공정율은 5%, 이에 따른 정산금액은 22,900,000원(= 총 감리비 458,000,000원 x 5%)].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 공사감리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공사감리업무 계약조항 제13조는 "건축주가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의 실시를 중지하거나 폐지하였을 경우라도 이미 수행한 감리업무에 대한 보수는 건축주와 감리자간 중도해약 시점을 기준으로 공정 또는 감리수행기간에 비례하여 감리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이는 이행기가 도래한 보수 부분에 대하여는 그 적용이 없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4000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감리사와 발주자 사이의 특약 중에, 감리업무가 도중에 종료되는 경우 모두 비율로 정산을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과연 이 규정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이 규정을 얼핏 보면, 감리업무가 도중에 종료하게 되면, 그때까지의 공정 또는 감리수행기간에 비례해서 감리비를 최종 정산하여야 하고, 그 얘기는 이미 기간이 도래한 중도금 지급 부분 등도 그에 맞추어 다시 정산을 하여야 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감리계약에서 감리사 귀책없이 도중에 감리업무가 종료되는 경우, 사무처리 비율로 정산하자는 특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간이 도래한 중도금에 대해서는 특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발주자는 감리사에게 그대로 중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감리가 시공과 분리된 위임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론은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감리사를 두텁게 보호하여, 감리업무의 독립성, 전문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응용해 보면, 감리사로서는 중도금 지급 시기가 짧을수록 기간 도래 보수로 인정받는 범위가 커진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