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열여섯 번째 사례
감리에서 쉽지 않다는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빡빡한 공기에 힘들어하고 있던 시공사가 ‘현실적으로 설계도대로는 시공하기 어렵다’면서 설계변경을 요청할 때 감리로서는 참 난감하다.
시공사의 말도 일리가 있어 이대로 시공을 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시공사 말대로만 설계변경을 하기에는 따져보아야 할 다른 방법들이 없지도 않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쓰려면 또 공기 지연에, 공사대금 증가에, 발주자 승인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럼 과연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설계도대로 시공하기 어렵다’라는 상황만으로 설계변경을 허용할까?
이 사건에서, 발주처는 시공사와 사이에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을 통하여 "D 모노레일 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사는 △ 토목, 건축, 기계 공정이 포함된 구조물 공사와 △ 전기, 신호, 통신 공정 등이 포함된 시스템 공사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공사였다. 그 중 토목공사는 지중에 말뚝(기초)을 설치한 후 지상으로 교각을 말뚝과 연결하여 세우고, 교각상부에 거더를 볼트로 접합하여 거치한 후 그 위에 콘크리트 슬라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의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 거더와 교각접합부의 연결을 볼트공법으로 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리사가 용접공법으로 시공하도록 시공사에 지시하는 등 설계도서 및 각종 기준의 내용대로 시공되었는지에 관한 확인을 소홀히 하였다. 그러자 발주처는 감리사에 대해 부실벌점을 부과하였다.
감리사는, △ 발주처에게 용접공법이 볼트공법보다 시공에 적합하다는 보고를 하였다, △ 발주처가 기술적 검토 후 시행하라는 공문을 보내어 발주처는 이미 볼트공법에 의한 연결이 어렵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 볼트공법을 제외하고는 용접공법 밖에 없으므로 발주처는 그 당시 사실상 용접공법에 의하여 시공함을 승인한 것이다, △ 게다가 감리사는 현장조건에 따라 볼트공법과 용접공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므로, 기술적 검토 후 시행하라는 발주처의 지시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 당시 163개의 교각 중 1개 교각만을 용접공법으로 시공하였다, △ 그것조차도 곧바로 볼트공법에 의하여 시공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러니 잘못이 없다며 부실벌점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감리사가 볼트공법을 용접공법으로 변경하여 시공하도록 지시한 것은 설계도서에 따른 시공여부 검토·확인의 소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2두29097 판결).
감리사의 주장들은 가장 명백한 사실인 ‘결국엔 볼트공법을 사용하였다는 사실’ 앞에서 힘을 잃었다. 볼트공법을 사용할 수 있고, 또 실제 사용한 이상, 볼트공법을 용접공법으로 바꿀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시간의 제약, 예산의 제약, 절차의 번거로움 등을 한꺼번에 생각하다 보면, 차라리 다른 공법을 쓰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의 마지막 판단자인 대법원은, ‘어렵더라도 할 수 있는가’와 ‘사실상 불가능한가’를 기준으로,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어렵더라도 했어야 한다’고 평가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감리사로서는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존 설계를 변경하는 일에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