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열네 번째 사례
감리자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여야 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들을 보면, 관련 법령상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포괄적인 감리자의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상적인 감리자의 임무는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면책이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발주자는 지상 3층 근린생활시설 1동을 건축하기 위해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설계 및 감리사(이하 “감리사”)와 설계 및 감리계약을 체결하였다.
감리사가 작성한 설계도에 의하면 인근 ○○아파트 부지에 설치된 옹벽과 신축할 건물 사이에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옹벽을 에이치빔 공법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시공사와 터파기작업을 하도급받은 하도급사가 굴토한 결과 이 사건 토지가 연약지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어스앵커공법으로 에이치빔을 고정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하도급사는 어스앵커를 ○○아파트의 지하 정하조 밑 ○○아파트 건물 기초 아래 부분(-4.5m)에 이르기까지 박아넣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 및 지반교란 등으로 각 세대별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인 지하수조, 정화조, 마당, 옹벽, 외벽, 지하실 천장보, 계단, 화단 등에 균열이 발생하였고, 위 공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감리사는 처음부터 위 건물의 신축공사로 인하여 ○○아파트의 옹벽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시공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토목공사를 토목전문건설회사로 하여금 시공하게 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러나 시공사가 그와 같은 지시를 위반하고 건축공사에 관하여 면허나 자격이 없는 하도급사로 하여금 토목공사를 시공하게 하였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하도급사 등이 처음으로 어스앵커공법을 시공한 날 위 공사로 인하여 ○○아파트에 균열이 발생한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였고, 이와 같은 균열은 어스앵커 작업의 완료시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점까지 예상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위 시공사, 하도급사에게 조속히 어스앵커작업을 완료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자 ○○아파트 주민들이 시공사, 하도급사 및 감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당해 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이외에도, 설계도서가 당해 지형 등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시공계획이 재해의 예방, 시공상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토, 확인하여 설계변경 등의 필요 여부를 판단한 다음, 만약 그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발주자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통지함으로써, 품질관리ㆍ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고,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만약 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결국, 위 대법원 판결을 실무에 적용해 보면, 감리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한 경우,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설계 하자가 있지 않는 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감리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기는 정말 어렵다.
감리사는 단 하나의 잘못도 없이 최선을 다한 경우에야 비로소 법원 앞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