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판례여행 열한 번째 사례
주택건설사업 도중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경우, 사업주체의 변경 후 준공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감리비는 누가 부담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정유철, 한수연, 강선주
주택법 등에 따라 체결된 감리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동주택건설사업의 원활하고도 확실한 시공을 고려한 사업계획 승인권자의 감리자 지정에 기초하고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11236 판결).
그렇다면, 주택건설사업 진행 도중에 발주자(사업주체)가 변경된 경우, 감리계약상 감리비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자도 새로운 발주자로 변경되는 것일까? 즉, 사업주체의 변경 후 준공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감리비의 부담 주체는 기존 사업주체일까? 아니면 새로운 사업주체일까?
대법원은, ‘사업주체와 지정된 감리자 사이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는 양자 사이에 체결되는 사법상의 계약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것이며, 다만 그 계약의 내용이 위 지급기준에 합당하여야 한다는 공법상의 규율을 받게 될 뿐이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사업주체를 변경하는 내용의 사업계획 변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사업주체와 새로운 사업주체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새로운 사업주체가 변경 이후의 기간에 상당하는 감리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감리자가 이에 동의한다든가 종전의 감리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사업주체와 감리자 사이에 신규의 감리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체 변경 후 준공에 이르기까지의 감리비에 대하여도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라 종전의 사업주체가 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75554 판결).
이 사건에서, 기존 발주자가 새로운 발주자로 변경된 후, 감리사는 새로운 발주자의 지시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였고, 결국은 감리업무를 완료하였다.
이후 감리사가 새로운 발주자에 대해 감리비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새로운 발주자는 이를 거절하였다. 그에 따라 감리사는 감리계약상 발주자인 기존 발주자를 상대로 감리비 지급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보면, 기존 발주자에서 새로운 발주자로 사업주체를 바꾸는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통상 감리계약상 주체도 변경하여 이후의 감리비는 면책적으로 새로운 발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어떠한 이유에서건 감리계약의 수정이 없었던 경우, 그리고 감리사가 새로운 발주자를 위하여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완료한 경우, 과연 누가 감리비를 부담하여야 할 지가 문제되고, 이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다.
일반적인 민사계약의 법리라면, 특별히 감리계약을 변경하지 않은 이상, 감리사는 감리계약에 따라 계속 감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감리비는 기존 발주자로부터 받으면 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감리계약의 해석에 있어 현 주택법상 규정들을 근거로 일반적인 ‘위임’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런 주택법과 같은 공법적 규율이 다시 한 번 감리비 지급 주체의 해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법상 규정들만을 근거로는 당사자간 아무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감리비 지급 주체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감리계약은 그 자체로 개인들간에 이루어지는 사법상 계약이며, 그에 대한 주택법상 규제들은 사법상 계약의 내용이나 효력을 변경할 필요는 없는 정도의 공법상 규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감리사로서는 기존 발주자와 새로운 발주자의 자력 상태를 잘 살펴, 자력 없는 자가 새로운 발주자가 되는 경우에는 최소한 기존 발주자와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등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